사람들은 집안 배경이 어려운 사람을 쉽게 흙수저라고 부른다. 맞는 말일 수도 있다.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편하지 않다. 그 말이 마치 우리 부모님의 삶까지 초라하게 만드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.
내 부모님은 내게 많은 재산을 물려주지는 못하셨을지 몰라도 그보다 훨씬 귀한 것을 주셨다. 눈물과 땀으로 버티는 법, 포기하지 않는 법, 힘들어도 다시 일어서는 법을 내게 보여주셨다. 나는 그 은혜를 먹고 자랐다.
그래서 나는 흙수저라는 말을 핑계로 쓰고 싶지 않다. 오히려 그 흙이 있었기에 뿌리를 깊게 내릴 수 있었다고 믿는다. 좋은 땅은 사람을 크게 키운다. 나는 부모님의 희생과 사랑이라는 흙에서 자라난 나무다. 이제는 내가 더 커져서 내 자손들에게 그늘을 만들어주고, 열매를 맺어 다른 사람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.
세상은 금을 귀하게 여긴다. 하지만 금도 높은 온도에서 녹아야 형태를 바꾼다. 사람도 마찬가지다. 뜨거운 시간과 고통을 통과하지 않고는 더 단단하고 값진 존재로 바뀌기 어렵다. 나는 그래서 고통을 무조건 저주하지 않는다. 나를 더 강하게 만드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려 한다.
누구나 외롭고 힘든 날이 있다. 다들 괜찮은 척 살아갈 뿐이지 속으로는 버티고 있는 날이 더 많다. 그러니 스스로를 쉽게 포기하지 말자. 흙수저라는 말에 주눅 들지 말자. 출발이 약하다고 끝까지 약한 인생인 것은 아니다.
중요한 건 어디서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버텨서 올라가느냐다.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말한다. 조금만 더 버티자, 조금만 더 강해지자. 흙수저는 핑계가 아니라 뿌리다. 뿌리가 깊은 나무는 결국 크게 자란다.